금요일이면 손자들을 만나러 가기 위한 쇼핑을 한다. 아들네와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우리는 격주로 손자들을 만난다. 녀석들은 만나자마자 내게 범인, 악당, 상어를 시킨다. 저들은 경찰, 정의의 우주 전사, 용감한 선원이다. 그리고 나를 쫓는다. 그렇게 부대끼고 뒹굴며 생기는 것, 그것이 핏줄의 느낌일까. 아들을 키울 때는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 삶이 바빠서? 조금 나이가 들고 바쁨과 치열함을 내려놓아 느낀다니, 새삼스럽다.한 달쯤 전, ‘깨똑!’ 소리와 함께 아들의 메시지가 왔다. 전화기를 속에는 손자 녀석이 뿌듯한
아차 하며 달려가 불을 껐으나 이미 늦었다. 탄 냄새와 연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냄비 속은 시커먼 숱이 됐다. 간단히 요기할 요량으로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잠시 딴짓하다가 벌어진 소동이다.갑자기 화가 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아져서다. 아내가 가끔 그러더니 나도 점점 그런다. 앞뒤 창문을 한참 열어 두어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아내의 짜증. 아끼는 냄비만 골라 태워 먹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태운 냄비의 뒤처리는 모두 내 몫이다. 아내는 손목이 매우 약하다. 골격이 약한 데다가 산후조리도 제대
연애한다는 딸이 주말인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 있다. 밖으로만 돌고 오리무중이 되어서 저녁만 되면 내 눈이 벽시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던 녀석이, 방구석에 있다. 애인이 생겼다는 녀석이, 2주째 데이트를 안 하다니, 분명 이상 징조다. 걱정되는 마음에 데이트 없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그냥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잠시 떨어져 있자고 했단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더니 짧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좀 피곤해서"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유추해 보니 며칠 전, 사람 관계가 왜 이리 전쟁 같으냐던 녀석의 푸념이 떠올랐다. 녀석은 요즘
딸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 지금 마음이 힘들거나 지쳐 있다는 신호다. 윗사람이 섭섭하고 실망스럽다며 대화해 볼 것이라고 하던데 잘 풀리지 않았나 보다.딸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한다. 스타트업은 작아서 성공한다. 성공하고 성장하면서 기능과 역할이 나뉘고 절차와 시스템이 갖춰진다. 외부와의 교류도 넓히고 더 많은 정보와 조언과 제안들이 리더에게 들어온다. 사실 그것들은 리더가 매우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리더가 내부보다 외부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고 외부 사람을 더 믿으면서 문제가 생긴다. 딸의 하소연은 다음 이야기와 비슷했다.사업